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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의 현주소 / 최병요 한국방송신문협회 부회장,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9.09.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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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 언론과 기자의 수준, 엄격히 말하면 오늘날의 기자 수준이 여실히 드러났다.

     

    2일, 이날 기자간담회를 시청한 국민, 좀 더 엄격히 말하면 독자들의 우리 언론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에 대한 실망감이 분출되고 있다.  


    당연하다. 기자 출신인 필자의 눈으로 보아도 기자의 자질은커녕 기자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자들이 국민의 대변자라는 허울을 쓰고 제4부의 권세를 누리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기자는 독자에게 사실(팩트)을 전달하는 임무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실체를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취재 과정을 거친다.


    그 취재 과정이 처절할 수는 있으나 그 내용 전달은 지극히 객관적이어야 한다. 선입견을 갖거나 진위를 판단하거나 옳고 그름을 지적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사항이다. 그러한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설익은 기자가 독자를 대신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진위를 결정하려 한다. 엄격하게 말하면 기자가 아니다.


    이번 간담회에 대해 독자들이 분개하는 것은 조국이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 태도였다. 앞에서 한 질문을 되풀이하고, 핵심을 벗어난 질문을 하고, 정작 물어야 할 것은 묻지 않고, 마치 조사자인 것처럼 한가지 사안을 꼬치꼬치 캐묻는 태도가 예전의 날카로운 기자 모습과는 너무 동떨어져서였다.


    답변자가 '모른다 ' 라거나 '아니다' 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뻔한 거짓말이라면 독자들이 먼저 알고 비난하게 된다. 다만 기자는 답변자가 부인할 경우에 대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유도질문 같은 것이 그 예다. 마치 토끼몰이 하듯 거짓말하지 못하도록 몰고 가서 실토하게 하는 것이 유능한 기자다. 그렇지 못하니까 데스크나 제작자의 구미에 맞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중복질문, 답변 강요, 엉뚱한 질문으로 시청자들을 짜증 나게 한 것이다.


    여당 출입 기자나 야당 출입 기자는 각자 이미 제작진의 답안지를 받아들고 거기에 맞는 질문을 앵무새처럼 되뇌었을 것이다. 기자 정신은 커녕 기자의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오늘날의 얼치기 기자, 언론인의 긍지를 가볍게 여기는 자칭 언론인의 각성이 필요함을 부각시키는 간담회였다고 자위해본다.


    사족을 달면 지난번 KBS 송현정 기자가 대통령 대담에서 '예의가 부족했다'라는 비평이 있었는데 이는 전혀 잘못된 지적이다. 기자는 진실규명을 위해 속사포 질문, 유도 질문, 무례한 질문도 불사해야 하는 냉혈한이어야 한다. 그게 꼬박꼬박 시청료나 구독료를 내는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송현정 기자는 제대로 교육받은 좋은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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