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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 최병요 한국방송신문협회 부회장,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9.0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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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다 모인 곳에 우리의 경제인은 없었다. 대통령이 주재한 평창올림픽 개회식 환영리셉션 얘기다.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개회식에선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원수, IOC관계자가 참석하고 심지어 북한의 김여정까지 단상에 떡 버티고 앉아있는데, 말이 많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와있는데 유독 우리의 경제인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경제인들이 누구인가. 바로 이번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앞장서고 성공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다. 만약에 2011년 남아공 더반의 IOC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기까지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이 나 몰라라 했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이번의 올림픽 준비를 위해 재계는 1조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이전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정주영 회장과 현대그룹의 지원이 없었다면 유치가 가능했으며 또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을까.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뒤돌아봐야

    올림픽 무대는 단순히 체육인들의 장이 아니다. 평창이 주창하는 문화올림픽이 다가 아니다. 한 나라, 한 국가의 총체적 역량이 집결되어 세계에 자국의 위상을 알리는 자리다. 기업들은 이런 기회를 틈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특수효과를 노리며 지금까지 또 그래왔다. NYT 등 외시들조차 기업홍보의 특수를 도외시하고 있는 평창올림픽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가 유럽여행을 가서 그 나라에 상주하는 대한민국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찾으려면 후미진 뒷골목을 헤매야 했다. 골목 끝 허름한 건물에 게양된 태극기를 발견하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구쳤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어떤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내로라하는 명문클럽이 앞가슴에 ‘SAMSUNG’이란 로고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지 않는가. 스탠드의 입간판엔 ‘KIA’‘HYUNDAI’가 수놓고 있지 않은가.

    나라밖에서는 대한민국을 한강의 기적을 일군 신화적인 나라로,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나라로 대접하고 있다.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나라로 여기고 있다. 가장 두려운 경쟁상대로 점찍고 있다. 물론 나라 안의 대부분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장본인들

    우리 기업의 눈부신 수출활동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출활동이 경제성장에 미친 기여율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계량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와 일자리창출, 납세를 통한 사업보국, 기타 사회공헌 등을 두루 따진다면 우리가 감히 기업과 기업인을 무시하고 사사건건 폄하할 수 없는 것이다. 경영학의 대부로 알려진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는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강한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였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도 유독 권력을 잡은 사람들만이 기업의 경영기법과 경쟁 환경, 기업가정신을 무시한 채 기업과 기업인을 죄악시하거나 적대시하며 기업이윤을 빼앗아 내려 안달이다. 기업은 조자룡의 헌 칼 쓰듯 하는 권력자의 강압에 뭉칫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기업이 망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요즘 권력자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기업이 망하고 들어주면 나중에 감옥 간다는 말이 유행이다. 최근의 삼성 그룹 임원들이 당국에 붙잡혀가 1년 가까이 옥고를 치르면서 시달림 받은 것을 빗댄 유행어다. 일부 법학자들은 이 사건에서는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하면 죄가 없거나 안 된다는 얘기다.

     

    기업인의 활동을 제약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우리의 기업이 엉뚱한 근거와 논리로 고통을 받는 것은 비단 권력들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의 광고로 경영을 유지하는 언론사의 취재기자들이 한 술 더 떠 팩트도 없는 내용을 침소봉대함으로써 사정책임자들을 부추기고 있는 작태가 위험스런 지경에 와있다.

     

    우리의 언론 포퓰리즘은 동일한 사건에도 기업인이라면 가중처벌을 주장한다. 재벌총수가 없어도 기업매출은 더 신장됐다며 총수의 장기부재는 기업경영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무식한 주장까지 편다.

    기업경영의 생태와 현장을 모르면 가만히 있을 일이다. 삼성전자든 SK든 기업총수가 감옥에 들어가 있을 때도 당기 매출과 이익이 더 늘어났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 얼마나 무지한 소치인가.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구멍가게 수준이라면 단기적인 기업실적이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신 성장 산업의 꾸준한 발굴과 기업화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최고경영자의 결단과 용기가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미래투자를 게을리 하면 기업의 앞날은 당연히 불투명해지고 국가경제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오늘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정신 마저 훼손하는 심층취재의 부재

    기업에 흠집을 내고 기업인을 닦달하기에 앞서 팩트에 맞는 심층취재가 부족하다. 이는 거명 당사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국익을 저해하는 일이다. 기자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삼성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합병작업이라는 수사기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소위 기사 감은 된다. 그러나 과연 합병작업이 필요했는가, 그 시기는 언제인가, 뇌물공여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등을 주의 깊게 취재했다면 1심을 뒤엎고 무혐의 처리한 2심의 심판내용을 간파해냈을 것이다.

    우리 언론은 간도 없이, 쓸개도 없이 언제까지 남의 장단에 춤만 추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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