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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입니다. 혼자 삽니다. [KBS 방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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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종합

치매입니다. 혼자 삽니다. [KBS 방준원 기자]

보건복지부, 경찰청 "독거 치매 환자, 실종자 등 실태 파악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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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여러 번 울리는 '실종 문자'. 눌러 보셨나요? 눌러보면, 대부분이 치매 환자를 찾는 문자인데요. 첨부된 링크를 누르면 실종자의 사진, 인상 착의, 이름 등이 나와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며칠이 지난 뒤 다시 한번 그 링크를 눌러보면 '실종경보(해제),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제보로 실종자를 안전하게 발견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빠른 신고와 빠른 대처로 실종 치매 환자를 찾은 겁니다.

이번 취재는 이 문자에서 시작됐습니다. 가족 등 부양자가 있다면 치매 환자가 실종됐을 때 빨리 신고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누가 신고하고, 어떻게 찾을까. 가족이 없는 치매 환자의 삶은 어떻고, 그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는 85세 남철용 할아버지
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는 85세 남철용 할아버지


■"걷다가 발이 아파서 보니 신발이 벗겨져 있었다"

취재진은 먼저, 독거 치매 환자의 실태를 알기 위해 섭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치매면서 동시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는데요.

결국,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중앙치매센터의 도움을 받아 두 명의 치매 환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먼저 85세 남철용 할아버지. 남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보냈습니다. 외국에 나가기 어렵다는 1980년대에 해외를 다니며 공연을 하고, 고 이주일 씨와도 형·동생 하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 하나 없어 너무 외롭다는 할아버지. 결혼은 했지만, 일찍 이혼해 자식이 없고, 하나뿐인 동생은 치매에 걸렸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치매 상태는 어떨까. 남철용 할아버지는 취재진이 취재하는 동안에도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지갑을 까먹고 안 챙기기도 했습니다.

기자/
길을 잃으신 적도 있나요?

남철용 할아버지/
분명히 이쪽 길로 가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한없이 가는 거예요. 한없이 가다가 생각이 나면 이게 아닌데 해서 다시 돌아서 가고.
전화를 받으면 받을 때 그때 분이고, 끊고 나면 전화가 온 것도 까맣게 잊어 먹어요. 한 번은 걷다가 왼쪽 다리가 아파서 보는데, 신발이 벗겨져 있는 줄도 몰랐고...


명절이 되면, 가장 외롭다는 남철용 할아버지. 강아지 네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독신으로 살아오다 보니까. 나이가 먹다 보니까 너무 외로워서 이 강아지들하고 같이 이렇게 의지하고 서로. 애들 없으면 못 살 거 같아요. 너무 외로워가지고.


 경북 포항에 살고 있는 96세 김소방 할머니
경북 포항에 살고 있는 96세 김소방 할머니


■"나가려는데 열쇠를 못 찾겠다"

경북 포항에 사는 96세 김소방 할머니 역시 혼자 사는 치매 환자입니다.

김소방 할머니/
아들이 40살 먹어 가지고 죽었어요. 군대 갔다 와가지고, 포항제철 협력업체 다니다가.

기자/
아드님 말고는 가족이 없으신가요?

김소방 할머니/
없어요. 아들이 장가 안 가고 그냥 갔어요.


할머니는 형제자매도, 친척도 없이 세상에 오롯하게 홀로 남아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치매 증상이 심해진 거 같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김소방 할머니 역시 취재 기간 내내 취재진을 계속해서 까먹으시고,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에게도 "나를 갖다 버리려 하는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할머니가 바다를 보러 가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는데요.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열쇠를 어디에다 뒀는지 잊어버려 20여 분이나 열쇠를 찾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바다를 보고 온 뒤 집으로 오는 길에는 할머니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나를 어떻게 알고, 어디서 데려왔어요? 길가에서 데리고 왔어요?

기자/
댁에서 같이 출발했어요.

김소방 할머니/
우리 집까지 와서 데리고 왔다고? 왜?

기자/
네. 할머니랑 바다 구경하려고요.

김소방 할머니/
나를 어찌 알고 데려왔을까.

가족이 없는 치매 환자들은 가족과 사는 치매 환자들보다 같은 위험도 더 크게 다가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치매 환자의 경우 밖에 나갔는데 집을 찾지 못하거나, 주방기기를 켰는지, 껐는지 모르고 또 외출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혼자 살면 여러 방면에서 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을 만나고 가족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는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혼자 살면 굉장히 고립되고 외로워 집니다. 사람을 안 만나고 그러면 치매 증상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좌)와 김대은 공공후견인(우)이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남철용 할아버지(좌)와 김대은 공공후견인(우)이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독거 치매 환자를 위한 제도는 어떤 게 있을까

남철용 할아버지와 김소방 할머니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습니다. '치매공공후견제'를 통해 공공후견인을 선임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치매안심센터의 관리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치매공공후견제도가 많이 생소하실텐데요. 서울 강동치매안심센터에서 공공후견 업무를 담당하는 김선주 사회복지사는 공공후견 제도를 두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장 관리, 요양원 입소 등도 공공후견인이 진행해줄 수 있다"며 "치매 환자들이 후견인을 통해 본인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치매공공후견제도는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권리를 대변해 줄 가족이 없는 경우 등에 가정법원의 결정을 거쳐 법정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시작됐고, 2024년 4월 현재 235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남 할아버지에게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은퇴한 김대은 씨가, 김 할머니에게는 중학교 교장 선생님까지 하다 은퇴한 이영숙 씨가 있는데요.

김대은 씨와 이영숙 씨 같은 공공후견인은 홀로 사는 치매 환자들의 친구가 돼 주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합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은 "남철용 할아버지가 옆집과 전기 미터기를 같이 쓰고 있다"며 "남 할아버지는 저소득층 위험 가정이라고 해서 정부에서 도와주는 게 있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내야 하는 것보다 더 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따지기 시작했다"며 "10만 원 넘게 내던 걸 결국 2만 원대로 낮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은 김소방 할머니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이 후견인은 "우리 어르신 같은 경우, 집에 변기가 다 부서져 있었다"며 "얼마 전에는 보일러가 완전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어서 교체해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과금도 조금 밀려 있었는데 전부 다 자동이체로 처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좌)과 김소방 할머니(우)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좌)과 김소방 할머니(우)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공후견제도도 아직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고, 후견인과 피후견인이 자주 만나려면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데 활동비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은 "제가 김소방 할머니 후견을 맡기 전에, 이웃에서 어르신을 이미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 사람들조차 저를 의심의 눈초리로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후견인이 뭐야', '너는 뭔데 이 사람 통장도 갖고 가느냐'는 식으로 하셨다"고 떠올렸습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은 어르신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는데, 치매안심센터에서 주는 활동비 이상으로 돈이 지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공공후견인은 "한 사람에 대해 후견하면 20만 원, 두 사람의 후견을 하면 30만 원이다"며 "차비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치매공공후견제도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는데요. 지난해 9억4천7백만 원에서 올해 9억4천6백만 원으로 1백만 원 줄었습니다.

■혼자 사는 치매 환자는 얼마나 있을까?

물론, 공공후견인을 선임한다고 독거 치매 환자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시작점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런데 왜 이렇게 치매공공후견인이 적은 걸까요?

그렇다면 먼저 우리나라에 독거 치매 환자가 몇 명인지를 알아야 할 거 같은데요. 몇 명이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나라에 독거 치매 환자 수가 얼마나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합니다.

KBS가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봤는데요. 독거 치매 환자 수는 2021년 16만1820명, 2022년 17만6287명, 2023년 19만4382명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전국 치매 환자 기준이 아닌 치매안심센터 등록 치매 환자를 기준으로 함'이라는 단서도 붙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환자만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미등록 환자까지 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거로 보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가족이 없는 '무연고'는 '산출조차 불가'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독거 여부 외에 연고 여부를 별도로 등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내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이에 대해 허준수 교수는 독거 치매 환자와 무연고 치매 환자가 점점 늘어날 거라며, 독거 치매 환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강조했습니다.

허 교수 "독거 어르신 중 무연고 치매 노인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 조사는 진행된 적이 없고 꽤 많은 사람이 지역 사회에 있다"며 "예전에 독거 노인 전수 조사를 한 것처럼, 독거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역학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홀몸, 무연고의 정도는 어떤지를 우선 파악해 거기에 맞는 시설·서비스·인적 자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독거 치매 환자 실종 실태

독거 치매 환자의 실태를 알았으니, 다시 첫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보겠습니다.

KBS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같은 질문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1인 치매 가구 중 실종된 자'에 대한 것인데요.

보건복지부는 "치매 환자, 아동 등을 포함한 모든 실종자의 실종 데이터의 관리 주체는 경찰청이며, 실종자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있지 않아 산출이 불가하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청은 "실종 치매 환자의 독거 노인 여부와 무연고 여부는 별도 관리하지 않음"이라고 답해왔습니다.

독거 치매 환자가 몇 명인지도, 실종된 사람 중에 독거 치매 환자가 몇 명이 있는지도. 현재 우리나라에선 아무도 정확히 모르는 거 같습니다. 이대로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해도 되는 걸까요?

오늘(14일) 밤 10시 30분, KBS1, <[더 보다]치매 환자로 홀로 산다는 것>에서 독거 치매 환자의 실태를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사진 = KBS 뉴스 4월 14일 자 방준원 기자 보도 기사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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