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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본연의 업무인 재판을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17일) 오후 제주지법 501호 법정. 1년여 만에 법복을 입은 김수일 제주지방법원장은 판사들이 앉는 법대(法臺)에 오른 소감을 이 같이 말했습니다.
김 법원장은 제주지법의 장기 미제 사건이 배당되는 민사7부의 재판장 자격으로 이날 배석 판사 2명과 함께 법정에 나왔습니다.
이날은 사법 행정 업무를 맡는 법원장이 아닌, 사건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증거를 살피며, 법과 상식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판사'로서 재판 일선에 복귀한 겁니다.
김 법원장은 재판 시작에 앞선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판사 본연의 업무는 재판이고, 판사는 재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법원장으로서 판사 본연의 재판 업무를 맡게 돼 기쁘다"며 재판을 맡게 된 소회를 밝혔습니다.
판사로 돌아온 그의 목표는 장기미제사건 등을 충실히 처리하며 재판부의 부담도 덜고, 사건 장기화의 원인도 파악하면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는 " 재판이 소송 당사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자신 역시 크다"면서도 "법원장이 재판 지연의 원인을 더 자세하게 파악해, 어떤 사법행정적 지원이 필요한지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지법도 장기미제 사건 전담 재판부 신설…재판장은 '법원장'
이달부터 제주지방법원에서도 법원장이 직접 장기 미제 사건을 재판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올 초 취임 후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 미제 사건 재판을 법원장이 맡도록 한 데 따른 것입니다.
김수일 제주지방법원장이 직접 심리하는 장기 미제 사건 전담 재판부에선 접수된 지 수년이 지난 1심 민사 합의 사건, 민사 항소심 장기 미제 사건들을 처리합니다. 현재까지 사건 11건이 재배당됐는데, 접수된 지 짧게는 2년 6개월에서 길게는 5년이 흐른 것들입니다.
또 1심 재판부에서 열기 어려운 형사사건 국민참여재판 일부도 '법원장 재판부'가 맡습니다.
■ 직접 재판하며 재판 지연 원인 파악…사법행정 지원 노력"
김 법원장은 오늘(17일) 제주지방법원 501호 법정에서 첫 사건 심리를 시작했습니다. 공사대금을 놓고 다투는 사건이었습니다. 2019년 9월 접수돼 약 5년이 지나고도 마무리되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김 법원장은 소송 당사자들을 상대로 그동안 사건 진행 상황과 증거로 제출된 각종 서류 등을 꼼꼼히 확인하며 쟁점을 짚었습니다. 이밖에도 손해배상 사건 등 모두 7건을 이날 심리했습니다.
■ 사건은 갈수록 복잡해지는데…쌓이는 사건에 허덕이는 판사들
김 법원장은 이날 '재판 지연의 원인'을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늘어나고 있고, 감정 등 재판에 꼭 필요한 절차에 협조 기관들이 조력을 회피하거나 회신이 늦어지는 점, 법관 부족 문제 등을 꼽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판사 증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법원장은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법관의 1인당 사건 처리 부담률이 높다. 판사 정원 증원을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기간 해결이 어려웠던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과 대화하며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17일 현재 기준 제주지방법원의 미제 사건은 형사 재판부(항소·합의·단독)에 2천 건이 넘고, 민사(단독·소액·합의·항소·행정) 역시 6천 건 이상이 처리되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충실하면서 신속한 재판이라는 것이 참 어려운 문제지만, 두 가지가 잘 조화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김수일 제주지방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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