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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의 전례없는 ‘초스피드’ 이단 해제 / 박찬 KBS 기자

기사입력 2020.01.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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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여 개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그제(22일) 경찰의 2차 소환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출석을 미뤄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에 대해 이번에는 한 목사의 이단 검증을 부적절하게 통과시켜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목사는 서울의 한 교회를 맡은 변 모 목사입니다. 그동안 변 목사는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기 위해 입신(入神)과 방언(方言)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교단들이 2008년부터 하나둘씩 변 목사를 이단 또는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하기 시작합니다. 교류를 아예 금지한 곳도 생겼습니다.

    2009년 당시 변 목사가 소속된 교단의 총회 보고서 中
     
    2009년 당시 변 목사가 소속된 교단의 총회 보고서 中

    "본 교회는 한기총 소속입니다"…전광훈 목사의 프리패스?

    그런데 그동안 주류 기독교계로부터 이단으로 분류되던 변 목사는 자신을 이단에서 해제해달라며, 지난해 3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회의장을 찾아갑니다. 여러 교단이 모인 교회 연합체인 한기총이니, 교단들의 상급기관으로 찾아간 거죠.

    당시 2월에 새로 취임한 전광훈 목사는 직접 변 목사를 소개하고 한기총 가입을 위해 이단성을 검증하자고 제안합니다. 그 후로 일주일 뒤 한기총은 변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변 목사의 교단은 얼마지나지 않아 한기총에 가입하게 됩니다.

    2019년 3월 열린 한기총 임원회의 회의록
     
    2019년 3월 열린 한기총 임원회의 회의록

    이를 두고 한기총 전 조사위원회 소속 한 목사는 "대통령이 범죄자를 데려와 잘 부탁드린다며 소개를 한 격"이라면서, 이단성 검증을 일주일 만에 진행하는 경우는 없고 보통 수개월부터 수년 가까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는 4월 열린 임시총회에서 변 목사를 "돈 뜯는 이단 감별사들이 변 목사 이야기 한 번 듣지 않고 이단으로 규정했다"고 옹호했습니다. 변 목사도 이 자리에서 억울함을 풀어줘 고맙다는 뜻을 전 목사에게 밝혔습니다

    그리고 변 목사가 대표 목사로 재직 중인 교회 홈페이지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생겼습니다.

    변 목사가 대표 목사로 재직 중인 교회 홈페이지 화면
     목사가 대표 목사로 재직 중인 교회 홈페이지 화면

    이단 해제 위해 돈 거래 있었나?…경찰 "수사 중"

    일각에선 이 같은 급작스러운 이단 해제의 배경에는 전광훈 목사가 변 목사로부터 금전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KBS가 확인한 복수의 한기총 전 관계자들도 이단성 심사 전부터 전 목사가 "변 목사가 가입하면 해당 목사로부터 상당 금액을 후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임원들에게 자주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전 목사는 한기총 전 조사위원회로부터 지난해 7월 서울 혜화경찰서에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당했습니다. 한기총 행사를 진행하며 모인 돈을 한기총 계좌가 아닌 전 목사 개인 계좌 등으로 넣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런 문제를 제기했던 조사위원들을 일방적으로 해임 또는 제명 통보했습니다.

    변 목사와 전 목사 간의 금전거래가 있는지에 대해, 경찰은 "한기총 조사위의 고발 이후 수사 중인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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